[딥폴리시] 일본 참의원 선거, 경제 위기 속 극우 신생 정당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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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정체와 물가 상승, 엔화 약세로 가계 부담 심화 산세이토, 디지털 선거 전략으로 청년층·취업 빙하기 세대 결집 외국인 증가와 이민 논쟁 속 정치 지형 보수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명목 임금은 3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됐으나 실질임금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가상승률은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웃돌았고, 엔화 가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외국인 거주자는 377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약 3%를 차지했으며, 특히 노동력 부족 지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생활비 부담, 임금 정체, 인구 구조 변화가 겹치며 사회 전반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치러진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는 1990년대 이후 이어진 중도 정권 교체 구도에서 벗어났다. 극우 성향의 신생정당 산세이토(Sanseito, 참정당)가 기존 1석에서 14석으로 약진했고, 전국 득표율은 12.6%에 달했다. 2020년 창당한 산세이토는 ‘재팬 퍼스트(Japan First, 일본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반이민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자민당 지지 기반이 약화된 틈을 파고들어 원내 세력으로 부상했다.

경제 압박과 정치적 불만
2025년 5월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9% 줄었고, 6월에도 1.3% 감소했다. 대기업 노조가 34년 만의 최대 폭인 평균 5.25%의 기본급 인상을 확보했지만,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쿄의 8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2.5%로 둔화됐으나 목표치를 웃돌았고, 신선식품과 연료를 제외한 지표는 3% 상승했다. 보조금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활 체감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개입했지만, 구매력 하락은 통계와 생활 현장에서 모두 확인됐다.
이런 환경에서 장바구니 물가·전기요금·주거비는 즉각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 2025년 6월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소비는 전년 대비 1.3% 늘었으나,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1.7% 감소했다. 명목 임금 상승과 생활비 간의 괴리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주: 기간(X축), 전년 대비 증감률(Y축)/실질 임금(갈색 막대), 근원 인플레이션(회색 막대)
정치학 연구에 따르면 경기 회복의 효과가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고, 책임을 돌릴 대상이 분명할 때 급진 우파 정당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질임금이 정체되고 환율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오를 때, 경제 당국의 복잡한 해명보다 정치 세력이 내세우는 단순한 책임론이 더 빠르게 확산된다.
디지털 선거와 새로운 유권자층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매체 변화였다. 일본은 2013년 온라인 선거운동을 합법화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라인·X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 방송법상 중립 규제를 우회하며 전통 언론에 실망한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냈다. 2024년 초 기준 SNS 사용자는 약 9,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8%에 해당했고, 유튜브 광고만으로도 인구의 3분의 2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선거의 핵심 기반이 됐다. 산세이토는 전통적 조직 대신 팔로워와 공유, 온라인 참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주: 지역-일본, 세계 평균(X축), 이용 시간(Y축)/일본은 세계 평균(143분)에 비해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이 훨씬 적지만(53분), 높은 도달률 때문에 짧은 노출만으로도 정치적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증폭됐다.
알고리즘이 참여를 극대화하는 구조는 숙의보다 감정적 동원을 앞세웠다. 이로 인해 선거운동과 유권자 집단의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 온라인 동원과 득표율 사이의 인과관계를 정량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 지지가 산세이토 약진을 뒷받침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중장년층, 특히 ‘취업 빙하기 세대’가 결합하면서 지지 기반은 한층 넓어졌다.
인구 구조와 이민 논쟁
이민은 감정적으로 민감한 쟁점이지만, 그 배경에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거주자는 37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이는 간병·건설·서비스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특정기능인력’ 제도를 확대한 결과다. 노동시장은 이민을 필요로 하지만, 유권자 여론은 이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이 간극에서 ‘외국인 문제’ 담론이 부각됐다. 선거 도중 총리가 외국인 관련 우려를 전담하는 범정부 조직을 신설한 것도 소수 정당의 의제가 정치 지형을 보수적으로 끌어당긴 사례다.
특히 ‘취업 빙하기 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약 1,700만~2,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정규직 진입에 실패해 불안정 고용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연금 적립도 부족하다. 물가 상승 충격에도 취약하다. 정치학 연구는 금융위기 이후 극우 정당의 득표율이 평균 30%가량 상승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경제 불안을 소수자와 외국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서사가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가 과거에는 합의와 점진적 개혁으로 이러한 흐름을 완화해 왔으나, 2025년에는 SNS가 불만을 빠르게 증폭시키며 실질소득 정체가 불만 확산의 동력이 됐다.
엇갈린 평가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일본 정치를 여전히 미국식 양극화와는 다른 맥락으로 본다. 미국은 민주·공화 양당이 첨예하게 갈라진 구조 속에서 사회 전반이 진영 대립으로 고착돼 있다. 반면 일본의 진보·보수 간 간극은 상대적으로 좁다. 주요 정책 현안에서 정당별 입장이 갈리기는 하지만, 많은 유권자는 이념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념의 가장 분명한 경계는 재정정책보다 안보 정책과 헌법 개정 논쟁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일본의 분열은 구조적 양극화라기보다 제한적 현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배타적 의제를 내세운 정당이 단기간에 전국 득표율과 의석을 확보했고, 기존 주류 정당이 외국인 관련 담론을 조정한 것은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정치 균형은 이런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동한다.
또한 일본 사회의 이민 인식은 단순한 반이민 정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력 부족 분야의 외국인 수용에는 긍정적이지만, 난민 수용에는 부정적이다. 이는 정책 영역별로 상반된 태도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 등 경제적 압박이 커질수록 ‘질서’와 ‘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제도적 대응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데이터를 명확히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으로의 대응 과제
일본이 당장 헌정 질서의 충돌을 겪지는 않더라도, 경제 회복이 체감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SNS를 통한 불만 확산이 가속화되면 정치 안정성은 흔들릴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소득을 안정시키는 임금 협약과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중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이동 가능하게 하고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정보 환경의 신뢰성을 높이는 조치도 중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합성 콘텐츠를 명확히 표기하는 제도를 마련해 정치적 왜곡을 줄여야 한다. 이는 특정 정당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정치 세력이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는 경쟁 구도를 정착시키는 조치다.
보이지 않는 위험
2025년 선거의 특징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선거 돌풍이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질임금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했고, 엔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했으며, 외국인 노동 수요는 높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부족하다. 일본이 미국식 정치 대립 구도에 즉각 빠져들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 불안이 현실적 위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일본 사회가 급격히 배타적으로 변했다기보다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서 유권자가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New Gravity of Japanese Politic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