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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꾼 기술의 무게중심, 소프트웨어 지고 실물 역량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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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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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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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시대 종료 수순
고급 역량 갖춘 인력만 생존
텍사스 ‘하드테크 벨트’ 형성

인공지능(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중심축도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단순한 코딩을 넘어 고급 수학·물리 기반의 공학 지식과 실전 기술이 강조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하드웨어 분야도 다시 각광받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기술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설계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전략적 거점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겨가는 추세다.

고급 수학·물리·공학 역량 갖춘 인재 중요도↑

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리버럴타리언(Liberaltarian)’으로 불리는, 사회적으로는 진보적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반정부적 성향이 강한 신흥 엘리트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NYT는 “과거 실리콘밸리가 컴퓨터 앞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며 신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면, 오늘날 이곳은 슈퍼인텔리전스를 지닌 기계를 만들어 진짜 ‘기계 속 신’을 탄생시키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주류 산업 흐름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중심의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 중심의 ‘하드테크’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AI 모델 개발과 운용 과정에서 요구되는 고도의 연산 성능과 실제 구현 역량이 부각되며 반도체 설계와 전력 관리 등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산업의 무게중심도 과거 앱 개발 중심의 유연한 스타트업 환경에서 물리적 제품을 설계하고 대량 생산하는 실물 기반 기술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산업 재편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재 수요의 양극화다. 단순 데이터 가공이나 서비스 운영 업무는 비효율로 간주되는 반면, 수학·물리학·전자공학 등 기초과학 기반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식이다. 특히 AI 하드웨어 개발에 필수적인 알고리즘 최적화, 전력 효율 개선, 구조 설계 등은 이공계 고급 인재의 실전 역량이 필수로 요구되는 분야로, 관련 기술을 갖춘 소수의 인재에 여러 기업이 러브콜을 보내며 이들의 몸값 또한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흐름이기도 하다. IT 시장 분석 및 컨설팅 기업 IDC는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25년에는 AI 도입이 실험 단계를 넘어 기업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2028년까지 전 세계 AI 기술 지원 지출 규모가 7,490억 달러(약 1,048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IDC는 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AI 경제학을 꼽았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AI 모델들이 실험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를 앞둔 만큼 AI 활용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론 지식보다 실전 경험·기술 이해도가 경쟁력 좌우

AI가 중심축이 된 기술 산업에서 요구되는 인재상 또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AI의 역할이 단순 알고리즘 개발을 넘어 시스템 설계와 하드웨어 최적화, 보안 등으로 확장되면서 컴퓨터공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로 부상한 것이다. 기초 역량이 부재한 채 AI 기술에 의존하는 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브렛 테일러 오픈AI 이사회 의장의 발언은 이 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AI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컴퓨터공학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AI를 다룰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상기시킨 것이다. 산업계 전반에서 AI가 다양한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가운데, 그 기반이 되는 컴퓨터공학에 대한 정통한 이해 없이 실전 기술을 구현하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오픈AI는 최근 AI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를 출시하며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나 커서, 레플릿 등과 코딩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이다. 이들 도구는 개발자가 작성하는 코드의 양을 최소화하고, 프롬프트만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개발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테일러 의장은 단순 코딩 능력과 컴퓨터공학을 통한 체계적 사고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빅 O 표기법, 복잡도 이론, 난수 알고리즘, 캐시 미스 등은 전공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능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여타 IT 업계 내 주요 인사들 역시 AI 시대의 컴퓨터공학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한 바 있다. 사미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부문 책임자는 “컴퓨터공학은 단순한 코딩 기술을 넘어 문제 해결의 과학”이라며 “학문 자체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 어떤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의 사고 능력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코드를 작성해 줄 수는 있어도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는 인간의 몫이란 의미다.

미국 내 지역별 산업 중심지 분화 가속

미국에서는 오랜 시간 실리콘밸리가 기술 산업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주요 AI 및 하드웨어 기업의 거점이 텍사스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이끄는 인물들이 텍사스를 새로운 혁신 거점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이 설립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이 텍사스 지역에 연구소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며 변화를 부추긴 것이다.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는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손잡고 텍사스 내 여러 도시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향후 수년간 수천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오픈AI는 이미 애빌린에서 첫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는 오스틴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6월 운영에 들어간 로보택시는 10대의 모델Y 차량으로 시작해 점차 확대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AI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과장된 기대(hype)’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연산 자원 확보와 인프라 투자를 요구하는 ‘하드테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술력과 자본, 인재를 동시에 요구하는 생태계로 진입한 만큼 사업 환경 또한 실전에 유리한 지역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텍사스는 기술 산업의 다음 무대를 이끌 전략적 거점이자, 실리콘밸리를 대신할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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