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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왜 시장은 정책을 읽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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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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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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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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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예측시장, 소수 결정 구조에선 한계 뚜렷
내부자 거래 없이도 예측 정밀도 높이는 제도적 설계 ‘DPF’ 부상
시장은 없애기보다, 작동 가능한 구조로 옮겨야 할 때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앞둔 하루 동안, 미국 증시는 평균 0.49%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이른바 ‘FOMC 발표 전 주가 상승 현상’이다. 이는 시장이 주요 결정을 미리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실제로는 그 결정이 단 12명의 투표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를 가격에 반영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기대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가깝다. 실제 결정은 기밀 정보를 가진 소수 인사에 의해 이뤄지고, 이들은 대체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예측 시장조차도 결과를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 관심이 많다고 통찰이 생기지 않고, 거래가 활발하다고 정보가 정교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진=ChatGPT

의사 결정권 없는 시장의 한계

자본시장 이론은 정보가 공개되면 시장 가격이 이를 신속히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공식은 모든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FOMC처럼 극소수의 결정권자가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을 정하는 구조에서는, 시장 가격이 그 결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FOMC는 7명의 연준 이사와 뉴욕 연은 총재, 4명의 지역 연은 총재로 구성된다. 연 8차례 회의가 열리지만, 회의 내용은 사전 공개되지 않고, 내부자 거래는 금지돼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예측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도 실제 결정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격은 기대를 담을 수는 있어도, 결과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예측 시장 급성장, 정확성엔 물음표

최근 2년간 암호화폐 기반 예측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월간 거래량은 2024년 11월 기준 전년 대비 3만7,000% 넘게 늘었다. 자연히 이 시장의 예측 정확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폴리마켓은 주요 경합주의 결과를 여론조사보다 더 잘 맞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모든 예측이 적중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결과는 틀렸고, 이를 들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예측 시장이 무용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어떤 정보가 공개되는지에 따라 시장의 성능은 달라진다. 정보 비대칭이 심할수록 시장은 오히려 오도된 기대를 반영할 수 있다.

정치적 발언과 예측 시장의 즉각 반응

예측 시장은 정치적 발언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정책을 공개 비판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 해임 가능성을 시사하자, 폴리마켓은 즉각 반응했다. ‘파월 해임’ 예측 계약의 확률이 급등했고, 동시에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장기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엇갈렸다. 이는 시장이 단기 기대와 장기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며, 정치적 압력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어떻게 가격에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 독립성 논란
주: 날짜(X축), 파월 의장 해임 확률(Y축)

내부자 정보 없는 예측, 어떻게 보완할까

일부는 내부자 거래가 시장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업의 경우, 임원이 보유한 정보가 주가에 유의미하게 반영되며, 합법적 내부자 거래가 가격의 정보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이런 방식은 허용될 수 없다. 대신, 공개 정보만으로도 정교한 예측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고정밀 예측 전문가’로 불리는 집단은 공개된 정보만을 활용해 높은 정확도의 전망을 내놓은 사례가 다수다.

이런 분석력은 제도화된 정보 공개와 결합될 때 효과가 커진다. 회의 일정과 논의 항목, 선택할 수 있는 정책안을 사전에 구조화해 제공하면, 시장은 추측이 아닌 절차 기반 신호를 읽을 수 있다. 내부자 정보를 열 수 없다면, 최소한 결정 과정에서 나오는 힌트를 체계화할 수는 있다.

절차를 예측의 기반으로

예측 시장이 오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결정이 극소수의 손에 집중된 사안에서 가격을 그대로 해석하는 경우다. 이럴 땐 결과를 맞히려는 시도보다, 결정 과정 자체를 읽는 구조가 더 유의미하다.

이런 맥락에서 제시된 대안이 바로 ‘의사결정 인접 예측(Decision-Proximate Forecasting, DPF)’이다. 이는 정책 결정의 절차를 사전에 명시하고, 다양한 참여자가 이를 기반으로 예측을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예측 결과는 일정 기준에 따라 채점되며, 단순 확률 베팅이 아닌 구조 기반 해석이 가능해진다. 온라인 예측 플랫폼인 메타큘러스(Metaculus)나 굿저지먼트(Good Judgment)가 보여준 구조화 예측 모델과 유사한 접근이다. 비공개가 불가피한 영역에서도 합법적 신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예측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데 유용하다.

예측의 조건은 따로 있다

예측 시장이 전문가보다 나은 결과를 낼 때도 있다. 특히 다수의 행동이 결과를 결정하는 구조, 예를 들어 선거에서는 시장이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정보가 분산돼 있고, 조작이 어려우며, 참여자의 영향력이 제한된 경우에 해당한다. 유동성이 낮고 인센티브가 왜곡된 시장에서는 조작 가능성이 커지고,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정책 예측 시장은 이런 조건을 자주 충족하지 못한다. 그럴수록 예측 구조의 설계가 중요해진다.

예측 시장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폴리마켓 데이터는 시장이 어떤 정치·경제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파월 해임 기대에 영향을 줬고, 이는 다시 단기 금리 인하와 장기 금리 상승 기대를 동시에 자극했다. 같은 플랫폼 내에서 이뤄진 개별 참가자의 매매를 분석한 결과, 파월 해임에 베팅한 참여자는 대체로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장기적으로는 경기 침체 가능성도 더 높게 평가했다. 시장이 단순히 ‘맞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폴리마켓-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해임 및 FOMC 금리인하 확률 예측
주: 2025년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상단 그래프)-날짜(X축), 해임 확률(Y축)/2025년 7월 기준 금리 인하 확률(하단 그래프)-날짜 및 시간(X축), 인하 확률(Y축)

혼란 속 규제, 예측 시장의 역할은 어디까지

미국 규제 당국은 예측 시장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두고 오락가락해 왔다. 2022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한 주요 암호화폐 기반 예측 플랫폼에 대해 불법 금융상품 거래 혐의로 제재를 가했고, 이에 따라 일부 계약은 폐지됐다. 반면 2024년에는 정치 관련 예측 계약을 차단하려던 CFTC의 조치가 연방법원에서 ‘권한 남용’으로 판결 나면서 규제의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25년 들어서는 주요 플랫폼들이 규제당국과의 타협점을 찾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

이처럼 불안정한 규제 환경은 예측 시장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욱 현실적인 접근은 시장의 기능을 구분해 적용하는 것이다. 참여가 넓고 결과가 측정할 수 있는 사안에는 시장을 활용하고, 소수 결정권자가 관여하는 사안에는 DPF 같은 절차 기반 예측 방식을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이 정책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고, 결정 선택지를 구조화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순 규제가 아니라 정보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이다.

예측 시장의 성능, 범용 도구는 아니다

2024년 대선처럼 수많은 참여자가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예측 시장이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소수 결정권자가 정보를 독점하고, 시장에 충분한 신호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방향은 읽더라도 결과를 정확히 짚기는 어렵다. 결국 중요한 건 구조다. 시장의 무용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을 구분하고,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예측 설계가 필요한 이유

FOMC 회의를 앞둔 증시의 움직임은 시장이 결정을 예상하려 한다는 점에서 예측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기능이 닿을 수 없는 경계를 드러낸다. 결정권이 극소수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예측 시장도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언론이 예측 확률을 결과처럼 보도하는 현실은, 시장 신호의 의미를 오해할 가능성을 높인다. 가격은 기대일 뿐, 결정은 절차와 구조에서 나온다. 의사결정 일정과 옵션을 사전에 공개하고, 책임 있는 예측 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어, 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절차를 드러내는 구조가 있어야 정책 대응도 따라올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tting Isn’t a Ballot: Why Markets Misread Decisions Made by a Few—and How to Fix It for Policy and Education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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