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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진짜 ‘승리’했나, 관세 정책이 불러온 역풍의 손익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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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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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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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증가 이면엔 소비자 부담↑
시장 개방, 미국 외 국가엔 기회로
미국 패싱 자유무역 블록 형성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정부의 재정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미국의 유효관세율은 9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수입 위축으로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에 유럽은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전략을 택했고, 아세안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에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되레 역외 국가들의 무역 재편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무역수지 지표가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비용

5일(현지시각) 제이슨 퍼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이 맞을 수 있는 두 번째로 나쁜 결과”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우리는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한 퍼먼 교수는 미국 경제학계 내 대표적인 관세 비판론자로 꼽힌다.

그는 이번 기고문에서 “국제무역에서 승자나 패자, 양보 같은 단어들은 모두 잘못된 표현”이라고 꼬집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고율 관세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기존 3%에서 20% 수준까지 치솟았고, 이는 수입 소비재에 대한 미국인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미국 수출품의 경쟁력도 약화시킨다”고 단언했다.

이와 같은 퍼먼 교수의 우려는 일부 현실로 드러났다. 예일대 예산연구실(TBL) 조사에서 미국의 평균 유효관세율은 올해 초 2.5%에서 단 7개월 만에 18.3%까지 오르며 193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효관세율은 전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반영한 실질 세율로, TBL은 유효관세율의 상승으로 올해 미국 물가 수준이 1.8%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가구당 수입이 2,400달러(약 333만원) 감소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관세 정책의 또 다른 효과는 무역적자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에 의하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전월 대비 16.0% 감소한 602억 달러(약 81조1,400억원)로 집계되며 202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제 손익과는 괴리가 있다는 게 퍼먼 교수의 지적이다.

무역적자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수입 위축에 있는 탓이다. 수입 위축 국면에서는 미국 내 기업들의 원자재 및 부품 조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는 단기 수익에 비해 구조적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퍼먼 교수의 지적처럼 겉으로 보이는 수치가 실제 손익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EU “마찰 최소화, 실리 극대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관세 카드를 선뜻 꺼내 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율 관세의 파급 효과가 수출 기업이나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자국민들의 체감 경기에 미칠 영향은 훨씬 크다고 본 것이다. 애초 EU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30% 관세에 맞서 최대 720억 유로(약 115조7,000억원)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선언하며 미국산 농축산물과 산업재 등을 대상 품목에 포함했다.

다만 EU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보복 관세의 발동 시점을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상대의 태세 변화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는 관세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외교적 해법을 병행하려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보복 능력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이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자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미국산 농축산물이나 소비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EU의 보복 관세 유예 결정은 단순한 외교 전략을 넘어 내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처럼 유연한 대응 기조는 감정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실리를 챙기려는 EU의 전략적 고민을 반영한다.

장기전 돌입한 공동 대응

EU는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해 왔다. EU 집행위는 미국의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다자적 공조로 대응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촉박한 협상 일정 탓에 각국은 별도 무역 협상을 미룰 수 없었고, 공동 행동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나라마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연합 대응에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 셈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도 미국의 무역 장벽에 대한 공동 대응 움직임에 나섰다. 아세안은 회원국 간 실무회의를 통해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에 대한 구체적 수단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국은 WTO를 통한 문제 제기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상응 조치 등을 주장했다. 이 또한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간 경제적 약소국으로 분류되던 아세안이 개별 차원의 대응을 넘어 연합 차원의 방침 수립을 검토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처한 무역 여건과 미국과의 양자 관계가 다른 만큼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독자적 협상 전략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공동 대응의 실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 EU 내부에서도 일부 국가는 보복 관세보다 협상 강화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으며, 일본과 캐나다 역시 미국과의 별도 무역협정을 우선시하는 기조를 보였다. 공동 대응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다만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해 새로운 무역 질서가 갖춰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무역 체계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EU와 아시아 주요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협력 구도가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은 공동 대응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다자무역을 등진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자유무역 블록 형성을 자극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게 외교계와 경제학계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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